■ 때늦은 후회(後悔)


Mary Hamilton(양희은: 아름다운 것들) -Violin &Piano Concerto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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★˚ ㅡ 때늦은 후회(後悔)
*한 해가 저물어간다. 이맘때면 자연스레 지나온 시간을 뒤돌아본다.
어느 해 보다 일도 많았고 그래서 어려움도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.
지나고 보면 모든 것이 아쉽거나 그립기만 한 일, 더러는 지워버리고
싶은 일도 있다. 물론 즐거운 일 행복(幸福)한 순간도 있었다.
*사노라면 누구에게나 희노애락(喜怒哀樂)이 있기 마련이지만, 올해
나에게는 제일 슬픈 일이 있었다. 나직이 부르기만 해도 포근하고
정이 가는 이름 어머니. 그런 어머니와 이별하는 슬픔이 있었다.
올 여름은 무척 더웠다. 고향(故鄕)에는 그 더위 속에서 병마와 힘들게
씨름하고 계신 어머니가 계셨다. 다녀온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더 많이
아프시다는 연락을 받았다. 내일 내려가야지, 내일 내려가 뵈어야지
하면서 더위 탓으로 쉽게 내려가지 못하고 있었다.
*그러던 어느 날 한밤중에 시골에서 전화(電話)가 왔다. 어머니께서
갑자기 돌아가셨다는 내용이었다. 미루지 말고 내려갔어야 했는데,
이제 어머니 얼굴을 보며 말을 할 수 없다는 죄책감으로 힘없이
주저 앉고 말았다. 나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. 머리를 얻어
맞지도 않았는데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.
*고향으로 달려가 장례식장에서 편히 잠든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
눈물을 흘릴 수도 없었다. 마음속으로 죄송하다며 수없이 용서(容恕)
를 빌었다. 아버지는 오래 전에 돌아가셨기에. 나도 이제 제일 불쌍한
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에 앞이 캄캄하기만 했다.
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눌 부모님을 잃었기에 허무하고 허전하기만 했다.
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이라면 함께 생활하는 가족(家族)에게라도
지금보다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.
*그날 이후 나는 반벙어리로 지냈다. 지인(知人)들에게 어머니께서
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알리지 못했다. 아니 도저히 알릴 엄두가 나지
않았다. 죄인(罪人)이 되었기 때문이다. 멍청이가 되어 시간이 지나
갔다. 웃어도 웃는 게 아니었다. 모든 일에 하고 싶은 의욕을 상실
하여 말하기도 귀찮고 생각하기도 싫었다. 누가 말해도 건성으로
대답한 것 같다.
*그러나 언제까지나 이렇게 지낼 수는 없기에 이제 글을 통해서라도
마음속에 있는 것을 다 내놓고 싶다. 아무에게라도 털어놓고 진실된
마음 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. 꺼내놓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그 무게가
언제까지나 나를 짓누를 것 같아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.
*"어머니, 어머니"부르며 어린양을 부리던 시절부터 아이들이 태어나
어른이 되어서까지 늘 어머니에게 걱정거리만 만든 불효(不孝)한
아들이다. 어머니께 해드린 게 아무 것도 없다. 이제 어머니를 부를
수도 없고 대답도 들을 수 없다. 이 세상에서 일이 끝나고 가는 날
꼭 어머니를 만나 엎드려 절하고 싶다. 못다한 자식의 도리를
그곳에서라도 실천하고 싶다.
*언제나 후회는 늦게 온다. 그러나 지나간 뒤에 후회(後悔)하면 무슨
소용이 있겠는가. 부모님 살아계실 때 제대로 해야 한다는 걸 많이
들었고, 많이 보았고, 느껴서도 알고 있는 일이다. 더 이상 할 말이 없다,
무슨 말을 하겠는가. 이제라도 잘못한 것을 알고 뉘우치며 털어놓으니
홀가분하다. 올해가 지나가고 새해가 오겠지만 나에게는
잊혀지지 않고 영원(永遠)히 기억될 한 해가 될 것 같다.
-2012년 12월 8일
■펌처/ 장광규(張光圭)의 글 한 모금
- http://blog.daum.net/chungshim7/1008