❚ ㅡ 좋은 글& 영상시

● 산골짜기의 등불

Diogenes 2015. 12. 9. 00:06
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  

 

 



 When It's Lamplighting Time in the Valley(산골짜기의 등불) -cover by soemon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- 詞曲(작사작곡): J. Lyons, S. C. Hart and The Vagabonds   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    

  


  산속에서 -/ 나희덕  



  

 *길을 잃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
    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
    멀리서 밝혀져 오는 불빛의 따뜻함을.


   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
   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
   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.


    산속에서 밤을 맞아 본 사람은 알리라
   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
    거대한 산줄기보다
    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 주는지.


    먼 곳의 불빛은
   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
   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.



  



*누가 누가 잘하나’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.

  아이들이 나와서 동요를 부르는 방송인데 잘 불러서 예쁘고,

  가끔 잘 못 불러도 예쁘다. 얼마나 예쁜지 저 눈빛

  저 표정대로만 살아주면, 혹은 살 수 있다면

 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된다.

  이런 생각이 다만 소망인 유는,

  어른의 세계는 누가 누가 강하나’

  이런 타이틀을 단 프로그램 같기 때문이다.


  상처받지 않고 강하게 살아야 ‘잘’ 사는 세상이라니까

  물러 터지고 주저하는 사람들은 

  ‘잘’ 살기가 참 난감하다.

  쉽게 잊기보다는

  자꾸 뒤돌아보는 버릇이 있고,

  짐을 버리기 보다 짊어지는 습성(習性)이 남아 있다면

  ‘잘’ 못 살고 있는 것인가 헷갈리기도 한다. 

  난감하여 손을 만지작거리고,

  헷갈려서 머리를 긁적거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

  면 그에게 바치고 싶은 시가 있다. 

  둘 곳 없는 손을 잡아주는 대신, 쑥스러운 머리를 

  토닥이는 대신

  다정(多情)하게 읽어 주고 싶은 시가 있다.


* 산속에서라는 시에는 나그네가 등장(登場)한다.

  그런데 이 나그네는 낭만의 주인공이 아니다. 

  는 피곤하고 외로운 떠돌이,

  가고 있지만  갈 곳이 없으며 가야 하지만 

  갈 수 없는 마음이다. 

  시인(詩人)도 한때 그런 마음으로

  한참 헤맨 경험을 가지고 있는 듯하다. 헤맨 끝에

  그는 구원(救援)을 찾았다.

  나그네의 지친 다리를 구원해 준 것은 먼 곳의 불빛이었다.

  불빛’이 너를 안아 줄거야,

  나도 그랬으니 한번 믿어 봐. 이 시는 그렇게 말한다.


  그 말을 듣는 순간 보지 못했던 불빛이 보이는 듯하고,

  보지 못했던 불빛이 되고도 싶다. 

  누군가는 그것을 이상향, 가치, 덕목이라고 부를 수도 있으리라.

  하지만 그렇게 거창한 이야기까지 갈 것도 없다.

  불빛은 마음이고 사람이다.

  너를 기다리는 나의 마음 등불, 

  나를 기다릴 너의 마음 등불,

  이런 등불이 

  내일의 타이틀이 되기를 소망(所望)해 본다.


 

  -나민애의 詩가 깃든 삶 [평론]: dongA.com/2015-11-20


펌처/ 바람과 구름- http://blog.daum.net/kdm2141/5900


  


 


When It's Lamplighting Time in the Valley ーcover by soemon
- 詞曲(작사작곡): J. Lyons, S. C. Hart and The Vagabonds